사람책 : 한 권으로 만나는 한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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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3
[도움 받은 이에서, 도움 주는 이로] No.5 강하늘(가명) 청년
PD: 김아리 한겨레신문 기자

“도움을 받은 만큼, 언젠가는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강하늘(가명) 씨의 꿈은 또렷하다. 사회복지사가 되어 자신처럼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그 꿈은 책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시작됐다.

하늘 씨는 2023년 보호시설을 퇴소했다. 그 과정에서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선한울타리’와 인연을 맺었고, 그곳에서 한사람재단 김태현 이사장을 멘토로 만나게 됐다. 당시 이사장은 한사람재단을 설립하기 전으로 자립준비청년 문제에 관심을 갖고 멘토를 자원했고, 이후 재단이 설립되면서 하늘 씨는 한사람재단의 1호 멘티가 됐다.

처음 멘토를 만났을 때 하늘 씨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라 진로와 입시 관련해 멘토링을 받는 시간이 많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함께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막막했던 시간을 버텼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도 조금씩 달라졌다.

“지금은 만나서 밥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 같은 사이가 됐어요. 그래도 학교생활이나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는 지금도 가장 많이 의논하는 분이에요.”

하늘 씨의 현재 목표는 대학 졸업 후 바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는 것이다.

“7살 때부터 시설에서 살면서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자랐어요. 제가 ‘뿌듯함’이라는 감정을 가장 좋아하거든요.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회복지학을 선택하게 됐어요.”

그가 자립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낀 것은 ‘정보를 찾는 능력’이었다고 한다.
“시설에서는 해야 되는 것들과 방법들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지만, 시설을 나오면 그런 사람이 없어져요.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어디에 문의해야 하는지 스스로 찾아야 해요. 복지제도나 정보를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경제관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자립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지원금이 들어오더라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거든요. 돈을 계획적으로 쓰는 습관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립 과정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곳은 주거를 지원해 준 선한울타리였다. “집을 지원받으면서 월세나 관리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어요. 덕분에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김태현 멘토와 지속적으로 만나고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도 큰 힘이 됐다. “언제나 저를 믿고 아껴주신 멘토님 덕분에 미래를 스스로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마주했던 두려움과 어려움도 많이 덜어낼 수 있었어요. 특히 멘토님께서 멘토링 초반부터 말씀하셨던 재단을 실제로 설립하게 되면서, 제가 꿈꾸는 사회복지의 방향과 결이 같은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정말 뜻깊고 좋았어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사회적 제도와 지원책은 많이 마련되고 있지만, 사회가 여전히 자립준비청년의 존재를 잘 모른다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앞으로 자립을 시작할 후배들에게도 가장 먼저 ‘혼자 버티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자립준비청년이라는 것 자체가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왔다는 뜻인데, 자립을 하게 되면 더욱 순탄치 않은 삶이 펼쳐지거든요. 살다 보면 위험한 일도 생기고 힘든 순간도 오는데 그럴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을 만드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인생의 고민 많고 힘든 시기에 저처럼 좋은 멘토를 만나, 스스로의 삶에 단단히 발 디딜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를 만드셨으면 해요.”

노래 부르기와 독서를 좋아하는 하늘 씨는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를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꼽았다.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이 변화해 가는 과정을 5번이나 읽으며 오래도록 진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어쩌면 그 이야기에 끌렸던 이유는, 자신의 삶 역시 누군가와의 만남 속에서 조금씩 변화해 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묻자 그는 잠시 웃으며 말했다.
“아마 사회복지사로 열심히 일하고 있지 않을까요?”

한 사람의 손길이 또 다른 한 사람의 미래를 바꾼다. 도움을 받던 청년이 이제는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사회복지사로 세상에 나아가려고 한다. 강하늘 씨의 내일은, 그 선순환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었다.

PS. 사람책

우리에겐 책 같은 한 사람이 있습니다.책을 읽는 이유는, 내가 아직 살아보지 못한 삶을 먼저 건너온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사람재단과 함께해온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삶으로 답해온 분들입니다. 이 책은 그들의 이야기와 시간, 선택과 흔들림, 그리고 다시 걸어온 순간들을 담고 있습니다. 언제든 꺼내어 읽을 수 있도록, 한 사람의 인생을 한 권의 기록으로 남깁니다. 월마다 한사람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온 이 기록은, 결국 사람을 사람에게 건네는 한 권의 책이 될 것입니다.
사람책은 사람을 통해 길을 발견하는 이야기입니다.